- '깊은산속 옹달샘' 2호집 <허순영의 집>을 지으면서 -
"꿈을 가진 사람은 서로 만난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입니다.
얼마전 이 말이 가슴에 더욱 와닿는 일이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불어닥친 세계적인 경제대란 속에서
아침편지 가족 여러분도 많이 어려우셨지요. 작년 한 해,
그리고 올해 초, '깊은산속 옹달샘'을 건립해 가는 과정에서
이처럼 어려웠던 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참 많이 어려웠습니다.
조용히 지켜보며 기다리시는
아침편지 가족 여러분의 그 수많은 눈길과, 법적으로 허용된 기간 안에
공사를 마무리해야만 하는 절대적 시한은 다가오는데,
한 치 앞으로도 나가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도로,
명상으로, 잘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더러 아시는대로
작년 11월 이후 올해 4월까지 '일시적 공사중단'을 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또 다시 설계변경을 해 공사 규모를 축소해야만 했고
남은 공사도 '인테리어 없는 인테리어'로 마감하기로
최종 결정을 지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뜻을 읽고
그 뜻에 담긴 의미를 더없는 감사와 편안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깊은산속 옹달샘'은 어언 6개월여 간의
고통스런 침묵을 깨고 공사가 재개되었고, 지금 다시
'희망의 망치소리'가 우렁차게 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천막부터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던
초심으로 돌아가 공사 비용을 줄이면서도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르트'(몽골식 게르 형태의 개량 천막집)를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유르트조차도 공사 비용이 만만치 않아
1차 견적에서 1억 3천9백여 만원의 금액이 나왔습니다.
또 한 번 망설임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 아침편지 가족으로,
아마동 회원이며, 아침편지 여행에 여러 차례 참가하셨고,
재작년 10월3일 행사 때 옹달샘 광장에서 라인댄스를 가르치셨던
허순영님과 점심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나가듯이
깊은산속 옹달샘의 어려운 상황과 천막집 구상 등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난 어느날 새벽 2시20분,
아래와 같은 메일 하나가 제 메일함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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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허순영 입니다.
2009/04/04 토요일 오전 2:20:48
보낸사람 : "허순영"
받는사람 : "고도원"
요즘 중단되고 있는 옹달샘 공사의 재개와
하루라도 빨리 깊은산속 옹달샘이 개장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후원금과 기부의 물결이 흘러들어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과 옹달샘을 사랑하는
열정들에 불길을 지피기 위한 그 마중물 역할을
해 줘야 할 절박한 필요성 앞에 마음은 점점
뭔가를 해야 한다고 다져져 가고...
이제 설렘과 기대와 흥분을 느끼며
갈등의 시간이 지난 후, 제게 좀 더 큰 마음 그릇으로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한 커다란 선물임을 깨닫고, 그런 말씀을 아주
어렵지만 기꺼이 제게 해 주신 그 믿음에 고도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기에 이르렀습니다.
아직 제 그릇이 작아 다 한꺼번에 담긴 힘들고 버겁지만
조심스레 보듬어 안고 최선을 다해 가려 합니다.
그리고 제 그릇을 더 키우고 또 키우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꿈을 꾸는 자만이 그것을 이룰 수 있듯이
제가 마음을 다해 준비하고 마련한다면, 뜀박질이라곤 전혀 못하던
제가 보스톤 마라톤에 갈 수 있었듯이,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200킬로도 마음을 먹고 노력하니 비록 너무나 힘들긴 했어도
뛸 수 있었듯이, 분명 잘 해 내리라 믿습니다.
오늘 밤 남편과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아주 긍적적인 대답과 함께 제가 하고자 하는 것에
더 해주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느끼며 저 또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들으며, 어떻게 제 마음을
말해야 좋을지 몰라 망설였던 많은 시간들과 그것을 궁리하느라
몇날며칠을 지새웠던 기억들은 멀어지고 그 헌신적인
아내사랑 앞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제가 얼마나 고심했을지, 얼마나 어렵게 그 말을 꺼냈는지...
이미 남편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들이 엄청난
심사숙고와 고심 끝에 정했을 것을 익히 아는 남편인지라 저의 마음으로
바라봐주는 남편에게 어찌나 고맙고 감사하던지요.
제 기부 의사를 결정짓는 과정에
아들이 해준 대답이 저를 또 너무나 감격하게 했지요.
엄마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뜻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진정으로 행복하게 쓰고자 하는 곳에 돈을 쓰시라고...그동안 고생하시고
버시기만 했으니 멋지게 써 보시라고...그게 진정한 행복이라고... 엄마가
마음만 정하시면 가족 모두 흔쾌히 격려해줄 거란 아들의 말은
제게 큰 용기를 주었고, 굳건히 마음을 정하게 만들었고,
저를 두고두고 행복하게 합니다.
전 참 멋진 남편과 아들을 둔 아주 행복한 여자입니다.
오늘 밤 제게 이렇게 행복한 하루 해가 저물었습니다.
고도원님!
나날이 모습을 갖추어 가는 옹달샘이
삶에 지친 영혼들이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고 행복해지는, 그 멋진
새로운 탄생의 공간으로 쓰여지기 위해 하루빨리 눈앞에
활짝 펼쳐지는 그런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는 첫 발자국은
많이 힘들고 외로우시겠지만 마음을 모두 모아 드리오니
부디 힘 내시고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세상의 아름다운 빛으로
수 천 년을 함께 할 깊은산속 옹달샘에
작으나마 정성을 보탤 수 있음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힘든 이들의 영원한 쉼터, '깊은산속 옹달샘'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허순영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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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따라 밤잠을 못 이뤄 일찍 눈을 떴던 저는
새벽 4시 이 글을 읽고 이런 답장을 바로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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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Re:허순영 입니다.
2009/04/04 토요일 오전 5:53:03
보낸사람 : "고도원"
받는사람 : "허순영"
이 새벽에, 천군만마를 만난
기쁨과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으로
순영님의 메일을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려운 고비에 한 줄기 큰 빛이 되어 주셔서.
막혔던 물줄기를 뚫는 한 줄기 희망의 강물이 되어 주셔서.
남편이신 박현남님과 사랑하는 아들에게도
진정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참 미안합니다.
순영님의 가슴에 큰 숙제를 안겨주고,
오랜 갈등과 번민과 고통의 시간을 갖게 해서.
그러나 감동했습니다.
역시 허순영님이셨습니다.
순영님의 뜻에 따라,
그리고 참으로 열심히 살아온 아내와 엄마를
진심과 사랑으로 지원한 남편과 아들의 뜻에 따라,
아름다운 '허순영의 집'을 잘 짓겠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집을 바라보고, 쉬고, 춤추고, 명상하고, 몸치유 마음치유를 받으면서
이 집이 어떻게 지어지게 되었는지를 말하는 전설이 되게 하겠습니다.
오고가는 사람마다 좋은 꿈 큰 꿈을 꾸게 하는 꿈의
징검다리가 되게 하겠습니다.
자판이 잘 보이지 않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 속에
이 감사함과 뜨거움과 사랑을 다시금 전합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사업 번창하시고
더욱 행복하시길 빕니다.
고도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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