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를 인용해서 국학원에서 올린 것을 재펌합니다.
<긍정에너지가 대한민국을 바꾼다-1>
부정적 국민성?… 다시보면 ‘긍정의 원천’
2008년 4월 1일(화) 오후 1:39 [문화일보]
“현대 한국인의 기질을 잘 분석해보면 모두 역사적인 근원이 있습니다. 예컨대 ‘빨리 빨리’ 기질은 우리 민족이 말을 타고 대륙에서 유목을 하면서 급하게 이동을 했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이런 기질이 현대사에서는 근대화를 급속하게 추진하는 동력이 된 것이지요. 또한 21세기 ‘디지털 노마드(nomad·유목민)’시대에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조급증을 낳아서 각종 부실 공사를 야기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을 오도하는 것입니다. ”
역사학자인 윤명철 동국대 교수는 우리 겨레의 유전자 속에 ‘긍정 에너지’가 흐른다고 믿고 있다. 긍정 에너지는 세상 일에 깃든 빛과 어둠의 양 측면에서 빛의 속성에 가까워지려는 인간의 열정을 뜻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 책 ‘시크릿’은 긍정 에너지가 삶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기질을 형성한 고대역사는 긍정 에너지로 가득차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보다 발전시키겠다는 강한 자의식, 모험·탐험심과 더불어 낙천성이 우리 민족의 특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
고구려인들은 스스로를 하늘의 자손, 즉 천손(天孫)이라고 했다. 이는 홍익인간(弘益人間·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을 내세웠던 고조선 시절부터 우리 겨레에 존재했던 자의식이었다. 고구려인들이 광대한 대륙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의식에 걸맞게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현대사에서도 한국이 건국 이후 60여년 만에 세계 경제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겨레의 자의식이 집단적인 에너지로 승화된 덕분이다.
우리 고대사는 강한 자의식과 모험 정신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고 뛰어난 성취를 이룬 인물들을 숱하게 보여준다. 할아버지를 전쟁터에서 잃고 백성이 기아에 허덕이는 상태에서 나라를 이어받아 광대한 영토의 국가를 만들어낸 광개토대왕,
변방의 섬에서 태어난 천민의 신분을 뛰어넘어 해상왕이 된 장보고 등. 그들의 진취적인 기상은 오늘날의 한국인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한국인의 기질을 분석한 책 ‘나는 한국이 두렵다’를 펴낸 바 있는 제프리 존스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본인들과 달리 한국인들 중에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인물이 많은데, 이는 일본인들이 현실에 안주하는 반면에 한국인들이 모험 정신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 역사학자들은 현대의 한국인들이 스스로의 국민성 및 민족성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데는 외부 세력의 끊임없는 왜곡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인들이 역사서에서 한민족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린 것,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할 때 식민사관을 끈질기게 유포한 것, 그리고
해방 이후에 일부 학자들이 서구의 발전상을 우러르며 우리 자신을 비하한 것 등이 그런 왜곡의 실체다.
사회학자들은 우리 국민들이 최근들어 특히 스스로의 국민성을 자조하게 된 것은 정치, 사회적인 병리 현상이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수십년 동안 뚜렷한 성장세를 구가하던 국가 경제가 침체 상태에 빠져 있는 것도 국민들의 자신감을 앗아가고 있다.
심영희 한양대 교수(사회학)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의식이 강한데, 이것이 몸에 배어서 자조적인 사회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비판 의식은 배움과 앎에 대한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어서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프리 존스 변호사는 “한국인들은 스스로의 장래를 걱정하지만, 최근 외국에 나가 보니 한국만큼 빠르게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나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모험·탐험심이 강하고 욕심이 많아서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며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인다”며 “그런
기질이야말로 21세기 인터넷 세상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한국인들은 남이 잘 하면 배가 아파서 끌어내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점은 고쳤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역사 소설을 집필하며 우리 민족의 기질을 분석해 온 정소성 단국대 교수는 “정서적 유대관계와 지연, 혈연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의식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대변하듯 부정적인 모습을 띠지만,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공동체를 구원하는 메시아적 힘으로
작용해 왔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의 금모으기,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때의 응원, 충남 태안 기름 유출 때의 봉사 열기 등이 그런 사례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우리 겨레가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다문화국가로 변화하는 시대인 만큼 남에 대한 배려심을 함께 키우는 것이 긍정 에너지를 제대로 발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