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여행] 살살 녹는 고기 맛 비결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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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횡성 한우라는데 왜 여기만 더 싸죠?" "또 고기 색깔은 왜 새빨갛지 않은가요?" 한우 고기로 유명한 강원도 횡성. 한우 추적 이력제를 전국 최초로 실시, 한우 명품 브랜드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젠 명실공히 한우의 '넘버 원' 산지이다. 한우의 탄생부터 성장까지 '생산자가 누구고, 축사는 어디고' 등 모든 사항을 기록하며 깊은 신뢰를 쌓아온 덕분이다. 횡성군 내에서도 가장 '번화한(?) 시내 격인 횡성읍 읍하리. 수십 개의 한우 전문 식당들이 몰려 있어 늘상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한 곳, '원흥정육점 식당'. 횡성 군청이 선정한 '횡성 한우 전문식당' 추천 책자에 들어 있는 전체 29 곳 중에서도 이 집은 '나 홀로' 싸다. 한우 등심 1인분 180g 2만5,000원. 벌써 5년째 가격 그대로다. 그래서 생겨난 고민.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밀려들긴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정확히 왜 싼 지'는 모르고 '맛있게' 먹는다. 더불어 가끔 던져지는 추가 질문들. '한우 고기 색깔이 왜 붉은 빛을 띠지 않느냐?' '고기가 어쩜 이렇게 연할 수 있나요?' 등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주인장이 꽤 불쾌하게 받아 들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처음 이 집을 찾아 주문한 고기를 받아 들면 누구나 느끼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한 마디로 고기 색깔이 '화사하지' 않다는 것. 붉은 빛이 감도는 선홍색이랄까 왠지 그간 익숙하게 접해 온 '보기 좋게 발그레한' 색깔을 전혀 띠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들여다 보면 고기는 오히려 엷은 분홍색에 가깝고 '요란한 광채'를 내뿜지도 않는다. 그래서 한편으로 실망스러워하는 손님도 가끔 없진 않다. '멀리서 기대를 하고 왔는데…' 비밀은 '숙성'에 있다. 정육점을 겸하고 있는 주인 전성표씨는 도축장에서 고기를 받으면 당장 숙성에 들어 간다. 모든 고기가 처음부터 진공포장이 된 상태에서 영상 1~3도의 냉장실에서 7~15일간 숙성 과정을 거치는 것. 하지만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기 좋게 빨간 색을 띠는 고기'만 익숙해 보인다. 색깔도 보기 좋은 것처럼 선명하게 붉은 색을 띠는 고기가 더 맛있을 것처럼만 생각된다. 백화점이나 마트의 정육코너에서도, 고기집의 테이블에서도 대부분 그렇게 받아들인다. 과연 그럴까? '숙성의 위력'은 구운 고기를 한 점 입에 집어 넣는 순간 확인된다. 무척 연해서다. 등심을 시켰는데 어떤 부위는 시중에서 안심을 시켜 먹는 것 보다 더 부드럽다. 냉장고 안의 차가운 공기에서 장시간 산소와 직접 접하지 않은 덕분이다. 그래서 '아까의' 색깔에 대한 아쉬움은 잠깐 잊혀진다. 그리고 좀 더 기다려 보면 숙성이 만들어 내는 차이를 하나 더 확인할 수 있다. 굽기 전까지 놔뒀던 고기인데 붉은 핏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이질 않는다. 이는 냉동육이 아니라는 증명서인 셈.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고기는 좀 전 보다 더 발그스레해 지며 붉은 빛을 띠기 시작한다. 정육 코너에서 보이던 바로 그 빛깔처럼. 공기 중에 노출된 소고기는 산소와 접하면서 더욱 붉은 빛을 내지만 그상태가 그리 오래 가진 못한다. 상하기 전에 서둘러 냉동시켜야 하고 상온에 놔둔 고기에서 핏물이 흐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횡성에서 태어나 이 자리에서만 19년 째 식당을 운영해 온 주인 전씨는 '숙성' 때문에 '낭패'도 많이 봤다. 예전에 진공팩이 없었을 시절에는 며칠 만에 고기가 상해 버린 적도 한 두번이 아니라고. 지금도 고기를 꺼내 오고 자르는 일 만은 그 혼자서만 한다. 날짜를 기억하고 숙성 정도를 판단하는 노하우는 다른 사람이 흉내낼 수도 없어서다. "맛을 위해 기꺼이 시각 효과를 포기했습니다. 처음에는 고기 색깔이 칙칙하다고, 고기에 연육제를 탄 것이 아니냐고 물어 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숙성 기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다들 더 좋아하시니까요." 고향 횡성에서 자라고 고향에서만 음식을 파는 그의 직원들도 가족들이다. 아내와 아들 딸이 직원으로 일하며 거들고 있고 다른 직원들도 한 가족처럼 지낸다. 결과적으로 인건비를 더는 셈. 그래서 값을 싸게 받을 수 있다. 축사를 갖고 있는 형이 직접 기른 소를 대부분 가져오는 것 또한 추가로 경비 절감이 된다. 차려진 식탁을 보면 더 이해가 된다. 한 마디로 쯔끼다시(곁반찬)가 별로 없다. 상추와 깻잎 마늘 배추 당근 양파 등이 고작. 고기가 메인인데 괜히 주변 반찬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신념에서다. 그래서 그런지 고기는 여느 집 보다 커 보인다. 혹시 양이 적을까 의심되면 저울이 테이블 옆에 놓여져 있다. 누구든 얹고서 무게를 재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야채 옆에 놓여진 된장 같은 것도 눈에 띈다. 정확히는 된장이 아니라 강원도 토속 '막장'이다. 메주로 간장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가루로 갈아 고추씨, 엿기름, 쌀, 소금 등과 버무려 담가 놓은 것. 예전 횡성 사람들은 메주로 간장을 만든 후 남게 되는 된장은 '영양분이 빠진다'고 소 사료로 쓰고 자신들은 막장을 주로 만들어 먹었다. 6개월 여의 숙성을 거친 막장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하다. 막장은 식사할 때 나오는 무시래기국의 국물에 100% 그대로 풀어져 있다. 가게 뒷편에 늘어선 항아리가 막장의 저장 창고들이다. 메뉴 한우 등심 2만5,000원, 등심과 치마살 안창살 차돌백이 제비추리 등 모듬류 2만5,000원, 1+등급 이상의 명품 한우는 2만9,000원(모두 1인분 180g 기준) 테이블 15개와 작은 방 하나로 고깃집 치고 규모가 그리 크진 않다. 위치 강원 횡성읍 읍하리 (033)343-4479 |
주간한국 2009/02/05 18: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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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명래
글쓴이 : 야생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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