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마음공부

인생의 향기[원불교포탈 선진일기방 글에서]

소확행희망 2012. 7. 16. 11:53

인생의 향기

성 열

 

병마에 시달리는 몸을 이끌고 영산정사에 내려온 지 10여일, 신록에 싸인 영산원의 늦은 봄 경치는 더욱 아름다웠다.

뒤로 태산을 등지고 앞으로 해면을 바라보며 유유히 자적의 수일을 지나는 동안에 나는 깊이 인생을 사색할 기회를 얻었었다. 어느 날 앞뜰을 거닐다가 한 떨기 꽃에 수다(數多) 나비와 벌이 엉키여 나는 것을 보았다.

나는 무심히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 꽃에 코를 대어보니 아름다운 향기가 코로 숨어든다. 꽃의 생명은 향기로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한줄기 바람이 불어 꽃나무를 흔드니 벌과 나비는 흔들리는 꽃을 따라 춤을 춘다. 나는 다시 뜰을 거닐며 생각하였다. 어찌 꽃에만 향기가 있으랴. 인생의 향기는 없을까.

그렇다! 인생의 향기! 하고 나는 홀로 느꼈다. 과연 세상에는 얼마나 향기를 이른 인간이 많더냐. 향기는 커녕 추악한 냄새를 풍기어 스스로 고통하고 남에게도 아름답지 못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 그 얼마나 많더냐. 가정에 들면 가정의 평화를 깨트리고 사회에 나가면 사회의 질서를 깨트리며 개인을 대함에 불의불미의 언행을 보이며 남의 멀리 함을 받고 꺼림을 받고 당하는 대로 배척을 받으며 손가락질을 당하는 인생 거기에 무슨 향기가 있으랴. 사리사욕을 위하여 찢고 싸우고 흘기고 하는 개인이나 사회에서는 비린내와 구린내는 날지언정 그윽한 향기는 도저히 찾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인생의 향기란 그 무엇이냐. 그것은 오직 고상한 인격이요, 훈훈한 덕망이요, 빛나는 업적이다. 이러한 사람은 가는 곳마다 중인의 우대와 환영을 받으며 만인이 따르고 쫓을지니 꽃의 향기가 벌과 나비를 부르는 것과 같다 할 것이 아닌가. 향기 있는 일생, 향기 있는 역사, 인생의 진실한 가치가 여기에 있고 수도인의 궁경의 목적이 이에 있다.

그러면 인생의 향기를 얻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삼대력을 구비함에 있다. 정신에 수양력과 사리에 연구력과 작업에 취사력이 구비하여 일원으로 합한 자리에 이르며 또한 그 일생 사업이 대중을 위한 일생이고 보라! 이에 더 하는 향기로운 일생이 다시 그 어디에 있겠는가.

후인은 마땅히 그 역사를 뒤적이고 그 업적을 추모할 때 풍기고 흐르는 향기에 흠모하고 찬탄하고 추앙하되 다하는 날이 없을지니 이야말로 불명의 향기요, 무진의 향기가 아닐 것인가. 이는 어둠에서만 빛나는 반딧불의 광명이 아니요, 찰나 사이에 후각을 만족시키는 인조의 향기가 아니라 세세생생 영겁에서 영겁으로 흐르는 무진향기일 것이다. 그러므로 석가세존의 풍기신 향기는 삼천년이 지난 오늘에 더욱 아름다우며 동서양의 그 향기를 따르는 자 얼마인가. 나는 영광의 산천을 오르내릴 제 또는 대소의 언답을 바라볼 때 구인 선배의 끼치신 그윽한 향기에 형언키 어려운 감동을 느낀다.

아! 장하다! 위대하다. 인생의 향기여! 동무여! 사랑하는 동지여! 우리는 날로 향기로운 말, 향기로운 일은 할지언정 추잡하고 불결한 일을 지어 여러 사람의 이맛살을 찡그리는 일이 없도록 힘쓸지며 나아가 불멸의 향기를 길이길이 끼치는 사람이 되어보자.

<회보 제65호, 원기25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