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자런의 랩걸(알마출판사)을 읽었다. 과학자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자랐고 과학자의 삶을 꿈꾸고 원하는 일을 해내면서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은 때론 숨이 멈출 것 같은 감명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자기가 사랑하는 분야를 죽도록 열심히 할 수 있고 어떠한 어려움을 겪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책 속에 나오는 실험실과 관찰의 대상이 된 야외공간들 그리고 식물들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연의 신비스러운 면이 가득 들어있다. 상상했던 일들이 실험을 통해 새로운 지식으로 밝혀질때 오는 통쾌함이나 성취감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를 간접 경험 할 수 있다.
책의 내용 중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들이다.
p.52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p.307 실험실이야말로 내가 행복하고 안전함을 느끼는 곳이고 내가 집이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곳이 아닌가.
p.366 삶에서 뭔가를 이루어내기 위해 그토록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온 나로서는 정말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는데 귀중한 것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경험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저자와 아들과의 관계에서) 예전에는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기도했지만 이제는 내가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p.380 (아들과의 대화에서)자기가 원래 되어야 하는 것이 되는데는 시간이 아주 오래걸린단다.
p.395 그 이야기들이 20년에 걸쳐 벌어졌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그동안 우리는 학위를 세개 땄고 직장을 여섯번 옮겼으며, 4개국에서 살았고, 16개국을 여행하고, 병원에 입원하기를 다섯 번, 중고차 여덟 대를 갈아치우고, 적어도 4만 킬로미터를 운전했고, 개 한마리가 영면하는 것을 지켜봤고, 약 6만 5000개에 달하는 탄소안정적동위원소를 측정해 냈다.
p.397 과학은 일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또 하루가 밝고, 다음 주가 되고, 다음 달이 되는 동안 내내 일을 할 것이다. 나는 숲과 푸르른 세상 위에 빛나는 어제와 같은 밝은 태양의 따사로움을 느끼지만 마음 속 깊이에서는 내가 식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오히려 개미에 가깝다. 단 한 개의 죽은 침엽수 이파리를 하나하나 찾아서 등에 지고 숲을 건너 거대한 더미에 보태는 개미 말이다. 그 더미는 너무도 커서 내가 상상력을 아무리 펼쳐도 작은 한구석밖에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다.
과학자로서 나는 정말 개미에 불과하다. 다른 개미들과 전혀 다르지 않고, 미흡하지만 보기보다 강하고, 나보다 훨씬 큰 무엇인가의 일부라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는 함께 우리의 손주들이 경외감을 느낄 무엇인가를 건설하고 있고, 그것을 건설하는 동안 할아버지들의 할아버지들이 남긴 투박한 지시사항을 날마다 들여다본다. 과학계를 이루는 작지만 살아 있는 부품으로서 나는 어둠속에서 홀로 앉아 수없는 밤들을 지새웠다.
p.400 개인적으로 독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한 해에 나무 한 그루씩 심자. 마당이 있는 집에 세 들어 사는사람이라면 거기에 나무를 한 그루 심고 집주인이 눈치 채는지 기다려보자. 만일 눈치를 채면 그 나무가 늘 거기 있었다고 주장해보자. 환경을 위해 나무를 심다니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하는 칭찬까지 더해보자. 집주인이 그 미끼를 물면 나무 한그루를 더 심자. 둥치 부분에 철망을 치고 감상적인 분위기의 새집도 하나 매달아서 나무가 영구적으로 거기 있어도 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자. 그런다음 그 집에서 나와 요행을 바라보자.
한그루의 나무가 씨앗에서 움이 터서 생장하는 과정을 겪는 것처럼 한 여성 과학자가 동료인 빌과 함께 과학자로서의 삶을 온갖 역경을 이겨내면서 겪은 이야기 속에는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과학을 사랑하고 식물들을 연구하며 그 속에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경이롭고 찬탄해마지않을 수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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