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책읽기와 감상

백년을 살아보니를 읽고/ 김형석 지음

소확행희망 2019. 7. 8. 15:44

백년을 살아보니를 읽고

    김형석지음 /출판사: 덴스토리


 

  1920년대 태어나 98세 철학자 김형석교수의 인생론으로 연세대학교 철학과에서 30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들을 길러왔으며 안병욱교수(숭실대학교), 김태길교수(서울대학교)와 함께 한국의 3대 철학자로 불린다. 90대의 연령대에도 책을 집필할 만큼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음이 부럽고 외국 속담에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가 없어진다는 말처럼 살아있는 박물관같이 경륜과 지혜를 들려주는 책이다. 책의 내용중 공감이 가는 부분을 발췌해본다.



 

p.96 모든 남녀는 인생의 끝이 찾아오기 전에 후회 없는 삶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사랑이 있는 고생이다. 사랑이 없는 고생은 고통의 짐이지만, 사랑이 있는 고생은 행복을 안겨주는 것이 인생이다.


 

p.99 나이가 들면 외모보다는 마음과 삶의 방향을 보는 것으로 결혼을 위한 조건이 바뀌게 된다. 그런 얘기를 하다가 내 제자가 결혼을 한 후에도 어떤 변화가 또 올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은 내 여자의 어떤 면을 보게 되지요?”라고 물었다. 나는 글세, 결혼은 연애의 종말이 아니고 더 높은 사랑의 출발이니까, 무엇을 본다기보다는 내 아이의 어떤 면을 키워주고 어떻게 위하는 마음을 가질까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할텐데, 그런 문제라면 내가 한 가지 충고해줄게. 아내로 하여금 계속해서 아름다운 감정을 유지하고 키워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여성들은 감정이 아름다우면 생활 자체가 아름다워지고 가족과 주변을 대하는 사람들에게도 아름다운 행복을 더해줄 수 있을걸.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이 아름다운 여성은 나이와 상관없이 늙어서도 여성미를 유지하는 법이지.....”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여자 친구가 들어왔다.

 

 

p.110 인생은 50이 되기 전에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자녀들을 키울 때도 이 애들이 50쯤 되면 어떤 인간으로서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딸들은 성공보다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아들들은 성공해서 유명해질 수 있기를 많은 부모는 원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성공보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행복하며, 유명해지기보다는 사회에 기여하는 인생이 더 귀하다고 믿는다. 나 자신도 그렇게 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p.155 솔직히 말하면 그 경험, 공리, 실용의 가치를 추구한 사회가 정치, 경제의 열매를 거두고 있다. 극성스럽게 반미운동을 전개했던 중국도 그 뒤를 따르고 있으며 유럽의 국가들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 캐나다, 호주까지도 같은 과정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더 소중히 여겨야 할 정신적 과제가 있다. 그것은 이러한 사회과학적 가치의 기준이 되는 휴머니즘과 인간애의 가치이다. 궁극적으로는 열려 있는 사회를 위한 이상이다. 이 모든 노력의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열린 역사의 길을 개척하는 데 있다.


 

p.202 슈바이처는 종교와 철학을 전공했다. 그보다 소중한 학문적 과제는 없다고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슈바이처는 학문과 종교는 인간을 위한 것이지, 그것들이 삶의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참된 삶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학문과 종교였던 것이다. 학문이 인간보다 귀한 것도 아니며, 종교가 인간적 삶의 목적도 아니다. 신앙에 몰입하게 되면 인간은 종교의 예속물인 양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를 위한 인간이 아니고, 인간을 위한 신앙이다. 그것이 학문과 신앙의 궁극적 과제이다.


 

p.211 세 사람(마틴 루서 킹 목사, 마하트마 간디, 도산 안창호)은 다 같이 사랑이 있는 고난의 길을 걷다가 희생의 제물이 되었다. 킹 목사도 폭력에 의한 죽음을 맞이했다. 간디는 종교적 제전에 참석하기 위해 가다가 한 젊은이가 축복해달라고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축복의 손을 얹었다가 그 젊은이가 쏜 총에 맞았다. 도산은 일제의 강압을 받다가 병원에서 여생을 끝냈다. 그들은 다 같은 인생의 길을 걸었다. 자신들의 목숨이 일생보다 더 귀하고 높은 목적이 있었기에 그것을 위해 고난의 길을 택했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순교자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그 목적이 무엇이었는가. 일반적 관념으로 표현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진실과 사랑의 가치가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만일 우리 모두가 그런 목적을 갖고 사는 데 동참할 수 있다면 다른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진 것이다.


 

p.229 그래서 우리는 그분(공자, 석가, 예수)들을 숭앙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분들과 같은 삶을 이어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왜 그러한가. 우리는 예술이나 학문의 업적은 남길 수 없어도 이웃에 대한 사랑의 봉사는 할 수 있고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업적이나 경제 유산은 남길 수 없어도 가난하고 병든 이웃들에게 따뜻한 정과 마음을 나누어줄 수가 있다. 그 사람들의 마음속에 사랑의 동상을 안겨줄 수는 있다. 그래서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라고 물었을 때의 대답은 사랑을 나누어주는 삶인 것이다. 그보다 위대한 것은 없다. 그 사랑이 귀하기 때문에 더 높은 사랑은 죽음까지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p.237 왜 이런 부끄러운 얘기까지 하는가? 지금도 우리 사회는 너무 일찍 성장을 포기하는 젊은 늙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40대라고 해도 공부하지 않고 일을 포기하면 녹스는 기계와 같아서 노쇠하게 된다. 차라리 60대가 되어서도 진지하게 공부하며 일하는 사람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로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실한 노력과 도전을 포기한다면 그는 모든 것을 상실하게 된다.


 

p.245~6 나는 지금도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은 상호작용을 한다고 믿고 있다. 젊었을 때는 신체적 건강이 정신적 건강을 이끌어주나, 나이 들면 정신적 책임이 신체적 건강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스트레스의 경우라든지 노이로제의 문제 등은 더욱 그럴 것 같다. 그런데 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합친 인간적 건강도 인정해서 좋을 것 같다. 일을 사랑하고 위한다는 것은 인간적 과제에 속한다. 어떤 사명감을 갖고 산다든지 긍정적인 사고와 희망을 창출해내는 노력 같은 것은 인간 전체적 기능과 역할에 속한다고 보아 잘못이 아닐 것 같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사는 사람은 아무 목적도 없이 사는 사람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런 배경을 인정한다면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해진다는 생각도 잘못은 아닐 것이다.

 

p.252 그렇다면 노년기에 필요한 지혜란 어떤 것인가. 가장 중요한 갓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해서 지식을 넓혀가는 일이다. 70대에 갖고 있던 지식을 접거나 축소하지 말고 필요한 지식을 유지하거나 넓혀가는 일이다. 아는 것이 뒤지게 되면 후배나 동료들 사이에서 처지게 된다. 그리고 지식을 넓혀가는 노력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갈 수도 있고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강의나 강연회를 참석하는 일이 필요하다. 후배들과 자리를 같이하면서 지식을 나누어주기도 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안 하다 보면 내 지식이 축소되기 쉬우나 여유 있게 노력하는 자세만 갖추면 지적인 후퇴는 방지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