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책읽기와 감상

말그릇을 읽고 (김윤나 지음)

소확행희망 2019. 10. 8. 14:23

말그릇

 

                                                              

김윤나 지음

 

 

  이 책은 심리코칭전문가인 저자가 많은 기업에 직접 출강하여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책으로 말하는 것의 중요성과 말 속에 담겨있는 본의와 무엇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마음에 와 닿는 글귀들을 적어본다.

 

 

 

p.9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크기에 따라서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달라진다. 일명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누군가를 현혹시키고 이용하기 위해 혹은 남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갈등을 극복하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말을 사용한다. 너와 나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들과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p.10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단순히 말 잘하는 법을 넘어선다. 말 그릇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어떻게 하면 나의 말 그릇을 보다 단단하고 깊이 있게 만들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국 나를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법과 맞닿아 있다.

 

p.30 그리고 나는 이런 사람들, 다양성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말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부른다.

 

p.34 특히 말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평가하고 비난하기를 습관처럼 사용한다. ‘객관적으로 말이야.’, ‘다 그렇게 생객해와 같은 말로 자신의 의견을 포장하지만 사실 옳고 그름의 기준을 언제나 자신에게 둔다.

 

p.45 그렇게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존중하는 대화 기술을 연습할 수 있었다.

 

p.65 그러나 속상함, 상실감, 수치심과 같은 부담스러운 감정들도 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에 걸맞게 대우해주어야 한다. 그것으로부터 도망가거나 대항해서는 안 된다. ’그래. 난 지금 슬픈 거야.‘ 라고 감정 자체를 인정하고 내 얘기를 들어줘.‘ 하면서 공감의 방식으로 감정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p.78 그래서 오랫동안 특정한 감정에만 노출된 사림일수록 감정의 얼굴이 더 빨리, 더 자주 바뀐다. 느낌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낯선 감정들을 피하거나 왜곡시켜버린다. 반면 어릴 때부터 감정을 존중받아 온 사람,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는 관계를 맺어본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감정을 제대로 알아차리고, 그것으로부터 도망가지 않는다. 위장된 감정들 사이에 숨어 있는 진짜 감정을 찾아낸다.

 

p.91 참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지만, 그것은 관계에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상대방은 사과할 기회나 설명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죄인이 되어버린다. 감정은 담가두고 발효시키는 게 아니라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다. 감정을 딱 그만큼, 어울리는 양과 색으로 표현하는 일에는 언제나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p.96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에 마음을 열어두자. 감정을 골라서 편애하지 말고 감정의 창문을 활짝 열어두자. 감정이 나를 위협할까봐 창을 꼭꼭 닫아도, 그것마저도 불안해서 사람들을 피해 꼭꼭 숨어 있어도 감정은 어차피 나를 찾아온다. 그러니 피하지 말자. 인생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을 기꺼이 받아들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감정을 유독 견디기 힘들다면 그것은 그 감정이 과거의 특정 기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기억에 각인된 어떤 사건이 지금까지도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노력해도 감정을 조절하기 어렵고, 벌겋게 부어오른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이제는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공식을 살펴볼 차례다.

 

p.101 동일한 사건을 두고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언어적 신체적 심리적 반응을 보인다. 이것은 그 사건을 대하는 개인의 믿음, 즉 공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의 공식에 따라 대화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p.109 우리는 각각의 공식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걔 때문에 미치겠다고 하소연한다. 급기야 나는 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라는 말로 상대를 몰아세운다. 그 기저에는 자신이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할 수만 있다면 네 생각을 뜯어고치고 싶다는 바람이 들어 있다.

 

p.111 우리는 어떤 공식들에 묶인 채 가까운 사람들과 갈등을 만들고 있을까? 서로 다른 공식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안에 사람을 담아내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가 평소에 자주 하는 말, 주변에 잔소리하듯 되풀이하는 말은 무엇인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말, 참지 못하고 자꾸 끼어들게 되는 말, 예민하게 반응하고 발끈하게 되는 말, 잦은 의견 차이를 만드는 말은 무엇인가? 그 사이 어딘가에 당신의 공식이 숨어 있다.

 

p.115 타인의 말을 담는 그릇이 넉넉하려면 한 가지 공식에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 소신 있게 의견을 제시하되 그것이 관점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내게는 값진 보석이지만 타인에게는 발에 차이는 돌덩이가 될 수 있다는 것, 혹은 그 반대의 상황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을 알아야만 크고 작은 차이들을 조정하고 갈등을 통합해나갈 수 있다.

 

p.117 어제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은 완벽해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NOT OK에서 방황하는 시간보다 OK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간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공식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선입견을 조금씩 부수는 게 좋다. 그러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자. ’불편함뒤에 있는 다양함을 즐겨보자. 삶의 반경을 넓혀주는 다양한 책들을 가까이 해보자. 그것이 결국 나도 너도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도와준다. 그것이 당신의 말그릇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p.132 한때 삶에 도움을 주었던 공식이 이제는 장애물이 되어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사람들과의 갈등을 유발하고 말 그릇의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나의 공식을 어떻게 잘 데리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유연함과 대처능력이 달라진다. 그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공식이 만들어내는 조급함과 불안함, 예민함과 분노를 지혜롭게 처리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p.163 부모님과 친구들이 아무리 조언과 충고 걱정 어린 말을 전한다고 해도 그 중에서 살아남는 말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기다렸던 말 혹은 직접 선택해서 동의한 말뿐이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듣고 싶은 마음이 들 때에 필요한 내용만 최소한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너도 말하고 나도 말하는 팽팽한 균형감이 유지되어야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향한 말을 멈추지 못한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말하지 않으면 불안한 스스로를 위로하는 행동일 뿐이다.

 

p.169 나는 모르고, 상대방만 알고 있는 진짜가 있다. 그런 말을 듣고 싶다면 자신의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한다. 내게도 고민이 있을 때마다 전화를 걸어오는 후배들이 있다. 듣다 보면 선배 입장에서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실수하는 것, 길을 돌아가는 것 등이 안타까워서 자꾸만 입을 열게 된다. 그럴 때마다 후배들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 그렇게 해볼게요.‘라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결국 또 내 말만하고 말았다는 것을. 후배들은 자신의 말을 들어줄 사람을 찾았던 것이지 내 말을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어떤 말을 해도 말 그릇이 출렁이지 않을 사람, 안전한 선배가 필요했던 것이다.

 

p.174 “어떤 사람과 대화하고 싶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조언을 늘어놓는 사람보다 심정을 알아주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고 말한다. 말로 일으키려는 사람보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그래서 결국 내 마음을 털어놓게 만드는 사람이 좋다고 한다.

 

p.178 사실 우리는 제대로 듣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리모컨을 돌리면서 말해.” 하는 것, 모니터에 코를 박은 채 무슨 일인데, 짧게 말하고 가.”라고 하는 것, 휴대폰을 응시하면서 듣고 있어.” 하는 것 모두 듣기가 아니다. 듣는 척이다.

 

p.228 질문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가까운 이들에게 필요한 질문을 받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을 갖는다. 작은 설렘이나 심어주는 그런 질문이면 어떤 것이든 괜찮다. 이미 잘하고 있는 것, 과거에 잘했던 것, 앞으로 바라는 것에 대하여 말할 수 있게 질문을 던져보자. ’상대의 흥을 돋우는 질문들은 뭐가 있을가?‘를 찾아서 실행한다면 아주 작은 질문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질문할 때 필요한 것은, 높은 수준의 화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p.230 어린이들은 놀 때 주도권과 자율성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이와 제대로 놀아준다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놀이를 개척하도록 따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는 거야.‘, ’그렇게 하면 안 되지.‘ 하고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결국 아이는 놀이에 흥미를 잃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자율성이다. 내가 선택한 것을 최대한 누리고자 하는 성향, 사람들은 자율적인 동기에는 반응하지만, 동기를 통제하면 딴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p.272 그렇기 때문에 좋은 질문은 정성어린 경청이 만든다. 날카로운 질문 한 방으로 깨달음을 주겠다는 욕심을 부리면 질문을 챙기다 사람을 놓친다. 먼저 대화로 걸어 들어올 수 있도록 충분히 듣고 격려하면서 문턱을 낯추어야 한다. 그래야 경계심이 낮아지고 질문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다. 질문을 한 후에도 다음 질문을 찾느라 배회하는 대신 그 자리에서 기다리자. 이것을 지키지 못하면 질문은 어느새 상대방을 추궁하는 양떼몰이가 되고 만다.

 

p.278 나이 들수록 나의 말 그릇이 제대로 깊어지고 있는지, 적당히 채워지고 비워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해를 넘길 때마다 나이와 주름살을 확인하듯 자신의 말 그릇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p.283 말의 변화는 바로 그때부터 시작된다. 자신을 바라보고 절반의 책임을 바라볼 때 비로소 대화 능력은 시작한다. 그 과정이 선행되지 않은 채 말 기술만 배우면 말투가 달라졌다고 해도 어색하게 느껴질 뿐이다.

 

p.285 대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조금 더 높은 차원에서 관계를 바라본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잘못을 따지는 입씨름에서 벗어나, 말 속에 숨어 있는 메시지를 따라 다른 통로를 발견한다. 말에 매몰되지 않고 더 높은 관점에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대상은 탓하지 않는다. 버거운 상대를 만나더라도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따뜻한 배려를 놓지 않으려고 애쓴다.

 

p.289 자신을 알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며 격려하는 연습이 안 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기란 어렵다. 잘나가는 친구나 선배들을 볼 때마다 어릴적부터 비교당했던 형 생각이 나서 마음이 불편해진다는 사람, 엄마와 대화할 때마다 나를 외롭게 방치해두던 예전 기억이 떠올라서 화가 난다는 사람, 배신하고 떠난 누군가 때문에 새롭게 만난 이들에게 마음을 열기 어렵다는 사람 모두 성처 입었을 때 자기를 안아주고 다독이는 과정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감정을 분리하고 털어버려야 하는데 그 과정을 슬쩍 건너 뛰어버린 사람은, 여전히 내면이 그 곳에 묶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말도 항상 그 자리에 머무른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자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존중과 따뜻한 관심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꾸준히 자기성찰을 해온 사람들은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너 그동안 힘들었지. 잘 견뎌 왔어. 후회와 실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나의 모습인걸.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어.‘ 하고 자신을 다독일 줄 알고, 그 힘으로 또 다른 고비를 넘기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간다.

 

p.304 말그릇을 다듬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것과 같다. 살면서 반드시 후배들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거나,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거나, 대단한 업적을 쌓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말 그릇을 매만지고 보듬는 일만큼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마음과 생각과 움직임을 의식하고, 살피고, 책임을 지는 일이 곧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p.305 우리 모두는 말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분명 내 것인데도 잘 다음어지지 않는 감정과 생각과 습관은 그 자체로 살아 움직여 수없이 많은 갈등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말 그릇을 인식한 사람, 멈추고 돌아보는 사람,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은 그 후회의 시간을 조금씩 줄겨나갈 수 있다. 조금씩 자신의 말 그릇 안에 마음과 사람을 담아낼 수 있다. 당신이 하는 말이 누군가를 일으키고, 다시 달리게 할 수 있기를. 누군가를 위로하고, 사랑할수 있기를. 무엇보다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길 응원한다.

 

p.310 요즘에는 그런 마음으로 말을 하면서 살려고 노력한다. 내 말이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그러다 보면 어떤 말도 쉽게 할 수가 없다. 아이가 세상에서 넘어질 때마다 엄마의 말을 꺼내어 본다고 생각하면 말로 아이를 매질할 수 없다. 남편에게도, 엄마에게도, 친구에게도, 동료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