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서로의 교감을 나누는 것은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가. 내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추천 해주고 상대방이 또한 감명깊게 읽은 책을 읽는 과정을 통해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추천 받은 책이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저자는 [피에르 상소---프랑스 플발레리대학 철학 및 인류학 교수]이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무수히 쏫아져 나오는 단어들, 상황들 때문에 약간의 현기증이 날 정도로 과연 이책이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쓴 책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생활환경과 살아온 방식이 다른데서 오는 어쩌면 도시생활의 현기증나는 속도감 속에서 살아 보지 못하는 데서 오는 그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이고 이성적인 이런 단어들과 결부되어진 사유라는 것들이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사유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오는 이질감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는 이책을 통해 느림의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 우리에게 한결같은 평온함을 위해 몇가지를 제안한다.
1.한가로이 거닐기: 나만의 시간을 내서 발걸음 닫는대로 풍경이 부르는대로 나를 맡겨보면 어떨까?
2.듣기 : 신뢰하는 이의 말에 완전히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3.권태: 이는 아무것에도 애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의미하게 반복되고 사소한 일들을 오히려 소중하게 인정하고 애정을 느껴보면 어떨까?
4.꿈꾸기: 우리의 내면속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던 희미하면서도 예민한 의식을 때때로 일깨워 보는 것은 어떨까?
5.기다리기: 자유롭고 무안히 넓은 미래의 지평선을 향해 마음을 열어 보는 것은?
6.마음의 고향: 내 존재 깊은 곳에서 지금은 희미하게 퇴색되어버린 부분, 시대와도 맞지 않는 지나간 낡은 시간의 한 부분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면?
7.글쓰기: 우리 안에서 조금씩 진실이 자라날 수 있도록 마음의 소리를 옮겨 보는 것은 어떨까?
8.포도주: 지혜를 가르치는 학교, 그 순수한 액체에 빠져 보는 것은?
9.모데라토 칸타빌레: 절제라기보다는 아끼는 태도, 그 방식을 따라 본다면?
그밖에도 덛붙인 글에서
10.뒤늦은 도시계획: 우리는 한편으로는 사람과 상품의 자유로운 유통을 구속하지 않도록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장소 안에서 머물 수 있도록 신중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11.분주하지 말기: 일상의 삶에서 얻어지는 작은 교훈들을 한 묶음 모아 작별의 꽃다발을 대신하려한다. 그 가운데 하나, 살짝 스치기만 하되 움켜잡지 말것, 움켜 잡는- 순간 우리는 분주한 삶 속에서 빠져 들고 말테니까. 세상과 타인을 조사하고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태도로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결론은 느림에 관한 이야기이다라고 제안하고 있다.
생활속에 녹아 들어가 있는 그의 주장을 들여다보기 위하여 본문에서 발췌한 글들을 소개해 본다.
우리는 문화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덕분에, 미(美)라든가 천재적 재능에 대해 알아둬야 할 것들을 이미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이 알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핑계로해서, 오히려 평범한 일상에서 우리의 감각을 세련되게 다듬는 일을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지?
왜 우리는 겸손해지지 않을까? 왜 사회적 차원에서 문화정책의 기간을 길게 보지 않는 것일까? 왜 개개인의 다양한 삶의 궤적을 고려하지 않을까? 왜 침묵이나 고독 은퇴같은 것을 생각지 않는걸까? 내게는 의심스럽게만 보이는 이런 행동주의가 나타나는 까닭은 문화가 흥분상태로 끓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지만 이처럼 문화가 넘쳐나는 문화속에서는 문화를 거부하는 유감스러운 문화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 때문에 결국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을 때와 마찬가지의 결과가 생긴다거나, 혹은 한 문화가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위험 때문에 `모든 것을 문화화하는 문화`가 생겨나게 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나는 하나의 의미를 가진 것이 점점 거대해지고 분산되어 가는 것을 인정하며 내 방식이 아닌 불확실한 항해는 거부한다.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살아있는 사람` 으로서 존재하는 것, 그것이 내 삶의 목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목표일지도 모른다.
느림, 내게는 그것이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깊은 삶의 방식으로 보여진다.
우리의 이성은 어쩔수 없는 현대의 상황에 그냥 굴복해 살것인가 아니면 허둥지둥 비쁘게 움직이는 생활로부터 결연히 벗어날 것인가.
어쩔수없이 해야만하는 많은 과제들 때문에 시달리는 일 없이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살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시간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내게 운명지어 준 리듬에 맞추어 조용히 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어 달라고.
위의 발췌글들이 나의 마음과 공감이 가는 글들이라 발췌된 글이겠지만 나에게는 이런 글들은 이미 익히 들어온 익숙한 말들이다. 비움이라든지 무소유라든지 텅빈 충만이라든지 공(空)의 개념들 너무도 익히 들어왔고 닮고 싶어했던 덕목들이 아니던가. 어쨋든 작가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분석해가는 논리력과 그 실천을 위한 방안들에 대해 공감을 표현하고 싶다. 다만 이책을 읽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복잡한 머리속이 더 복잡해지지 않도록 느긋하게 아주 느긋하게 읽을 것을 권해본다. 이 책은 글 자체에서 오는 느긋함, 평온함, 여유 그런 것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대신 복잡한 도시를 배회하는 것 같은 낮설음, 거리감 등으로 독서를 방해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 밖의 발췌글;
아예 듣지 않는 것, 그리고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지만 건성으로 듣는 것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기대했던 사람에게 싸늘히 등을 돌리는 것과 똑같은 태도이다.
미소의 탄생이 아직 확실치 않을때, 우리는 짧은 한순간 긴장하거나 불안해지기까지 한다. 혹시라도 미소가 피어오르지 않으면 어쩌나. 이 친구가 미소라는 선물을 보여주지 않으면 어쩌나하고..... 이윽고 그의 표정에 미소가 피어오르면 나는 그 순간 그에게서 몹시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 그 사람이 나를 자신의 동료로 인정해 준 것만 같아서. 그러면 그의 얼굴위에 나타났던 미소가 순식간에 나의 얼굴로 옮겨진다.
이 책을 통해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 주신 분께 감사드리며 다른 분들에게도 일독을 권합니다.
2011.6.6.
글 최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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